감사원 ‘서해공무원 사건’ 감사 착수…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과 국방부에 대한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해경과 국방부가 지난 16일 “이대준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이 ‘자진 월북’이라고 단정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이대진씨가 실종 전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감사원은 1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업무처리 적법성 및 적정성 등에 대해 정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 착수 이유로 해경과 국방부가 1년 9개월 전 내놓았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은 점을 들었다. 해경은 사건 발생 8일 후인 2020년 9월 29일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었다. 국방부도 당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언급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전격 감사에 나서면서 여야 간에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정부의 발표는 문제투성이였다”며 “북한 총격에 사살당하고 불태워진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월북 딱지’를 붙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도 ‘월북 몰이’에 장단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 때문에 진상을 왜곡했고, 이로 인해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데 협조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나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일축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기록물 공개에 협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 위원장은 “사건 당시 여당 의원으로서 자세히 보고를 받은 바 있어 내용을 잘 안다”며 “월북으로 추정될 수 있는 감청이나 SI(특별취급정보) 자료를 갖고 (정보당국 등이) 월북이라고 보고한 것이고, 일부 당국은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전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며 설설 기었다는 것으로 몰고 가고 싶은가 본데, 당시 문재인정권은 국민 희생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도 받았다”면서 “북한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군에 의해 2020년 9월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부인과 형 이래진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의 부인과 형 이래진씨 등 유가족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이씨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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