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게 공기업, 이게 지방정부, 이게 국가?’

한국동서발전·음성군,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강행하며 지체장애 남매 ‘나몰라라’…공사 시작단계, 노구에 남매 갈 곳 잃어 두문불출…이주 대책 없이 연일 불안에 떨어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립공사가 진행되자 갈 곳 잃은 노구의 남매가 매일 불안에 떨며 집 밖을 수시로 내다보고 있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립공사가 진행되자 갈 곳 잃은 노구의 남매가 매일 불안에 떨며 집 밖을 수시로 내다보고 있다.

(음성=위키트리) 김성호 기자 = “이것이 공기업, 이것이 지방정부, 이것이 국가냐?”

한국동서발전의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예정지 주민의 가슴 아프고도 분통 터지는 사연 얘기다.

4일 ‘위키트리’ 취재결과, 동서발전은 그간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예정지인 음성군 읍성읍 평곡리 주민들과 지속적인 보상 대책 등의 협상을 이어왔지만, 막상 제일 도움이 필요한 고령의 지체장애 남매는 철저하게 방치·외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평곡 2리에 거주하는 청각장애 누나 이 씨(66)와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남동생 이 씨(61)는 요즘 밤낮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남의 땅에 건물만 남동생 이 씨의 것이지만 음성 천연가스발전소 예정지에 강제 수용돼 갈 곳이 막막한 때문이다.

그간 한국동서발전이나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립을 측면 지원하는 음성군 모두 이들 남매에겐 이주대책 등은 제시하지 않은 채 공사 강행만 서둘러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장물 조사만 한 게 다란 얘기다.

특히 지장물 조사를 벌일 때는 조사자가 해당 주민에게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의심돼 정확한 판단으로 조사에 응했는지는 알 수 없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당사자가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면 조사는 이뤄질 수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인근 충청고속화도로 발파작업과 함께 진행되는 천연가스발전소 예정지 공사로 집이 위태로울 지경이여서 이들 남매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집 밖을 나와 공사 현장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중장비의 굉음도 이들을 괴롭히는 고통으로, 갈 곳 잃은 음성군민, 그리고 국가의 주인인 이들 남매가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무관심에 여생을 무차별 짓밟히고 있는 셈이다.

마을 대책위나 음성군, 한국동서발전 누구도 그간 이들 남매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게 한 마을주민의 생생한 증언이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 부지정리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엔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두 남매의 허름한 보금자리가 자리하고 있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 부지정리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엔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두 남매의 허름한 보금자리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누나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그간 음성군이 조금만 신경써 보살폈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음성군 관계자는 최근 ‘위키트리’와 만나 “그간 누나 이 씨는 군에서 관리를 해 왔다”며 “수없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설득했지만, 고향을 떠날 수 없다는 완강함에 발길을 돌리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 남매 집을 찾거나 확인했느냐?’는 질문엔 “지난해 6월23일 방문이 마지막”이라고 답했다.

당시는 한국동서발전과 평곡2리 마을주민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공사 진행은커녕 외부인 출입도 이뤄지지 않아 남매의 집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다.

즉, 음성 천연가스발전소 공사가 시작되기 전 음성군은 이들 남매의 안타까운 처치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단 점에서 1년여 남매를 버려둔 군 행정의 느슨함과 무사안일주의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한국동서발전과 예정지 주민반대대책위 간 대화 창구에 참여하고 있는 군 경제과도 예정지 내에 안타까운 사연의 남매가 있다는 것을 아예 몰랐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군 경제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마을 출입을 통제해 남매의 집) 현장 조사가 어려웠다. 개별적 애로사항도 전혀 못 들었다”고 확인한 뒤 “수요자의 주거급여가 있다. (군에서) 돌봐줄 수 있다. (동서발전과 사이에서 남매 사정에 대해) 관여할 수 있다”고 뒷북을 쳤다.

한국동서발전 직원 등이 예정지에 들어가 지장물 조사를 한 점은 애써 외면하면서다. 지장물 조사를 위한 되고 현장 주민 상황 조사는 어려운 것이냔 얘기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에 음성군민 A 씨는 “한국동서발전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아니냐. 국가 공기업이 어려운 국민의 삶을 짓밟아서 되겠느냐”며 “지장물 조사까지 했다면 이들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 알고 있다는 얘긴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동서발전이)국민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도 공기업의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사 현장 중장비 소리에 놀라 매일 불안하다고 하소연 하는 두 남매.
공사 현장 중장비 소리에 놀라 매일 불안하다고 하소연 하는 두 남매.

또 따른 주민 B 씨도 “이게 나라냐. 이게 군민이 주인인 음성군이냐”며 “그간 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를 일이다. 말로만 촘촘한 복지를 얘기하지 말고 당장 이들 남매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주토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위키트리’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한국동서발전 등은 뒤늦게 이들 남매에게 집을 새로 지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남동생 이 씨는 전했다.

앞서 한국동서발전 음성그린에너지건설본부는 최근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11개 원도급사, 5개 하도급사와 ‘소통협의체 운영 협약식과 착수 회의’를 개최한 뒤 예정지에 대한 부지정리와 진입교량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에는 본공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데, 이들 남매에겐 평생 삶을 일군 고향 집을 떠나야 할 날도 5개월여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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