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이 낳은 공룡 경찰…견제 없으면 국민이 위험해진다”

2020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임용식에 참석해 박수치는 모습. 지난 5년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 와중에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여론이 비등하다.[중앙포토]

2020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임용식에 참석해 박수치는 모습. 지난 5년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 와중에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여론이 비등하다.[중앙포토]

헌법 정신에 따라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지켜야 하듯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경찰을 포함해 모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고 강화되면서 최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장)는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면서 공룡처럼 비대해졌다. 이제는 경찰의 중립성보다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작지 않다. 행안부는 산하에 경찰 전담 조직(가칭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의 정책 기능을 관리·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응해 경찰청 측은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2018년 6월 당시 이낙연 총리(왼쪽 둘째)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서둘러 검찰 권한이 경찰로 대폭 이양되면서 경찰 권력이 비대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6월 당시 이낙연 총리(왼쪽 둘째)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서둘러 검찰 권한이 경찰로 대폭 이양되면서 경찰 권력이 비대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포토]

겉으로만 보면 행안부와 경찰청·경찰위가 대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 권력이 단기간에 무서운 속도로 강화된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 주도로 검찰개혁 차원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다. 급기야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로 검찰의 수사권은 크게 위축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권한이 경찰로 넘어갔다.
예컨대 지난해 1월부터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검찰 수사권 대부분이 경찰에 이양됐다. 1948년 내무부 치안국 시절 이래로 문재인 정부 들어 이번에 경찰이 사상 처음 수사권을 갖게 된 것은 형사사법 체계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으로 불린다. 경찰은 1차 사건에 대해 불송치 종결권도 챙겼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활동이 금지되면서 정보경찰의 영향력도 전례 없이 커졌다. 정보가 집중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폐지되자 경찰이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대통령실이 최근 경찰의 정보 수집 업무와 관련해 “인권 침해 소지가 없도록 하라”고 경찰 고위층에 지시한 사실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게다가 7월부터 성범죄나 군인 사망 사건 등은 군사경찰(옛 헌병)에서 경찰로 수사권이 이관된다. 2024년에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로 넘어간다.

민주당은 2020년 1월 이해찬 대표 시절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했다. [중앙포토]

민주당은 2020년 1월 이해찬 대표 시절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했다. [중앙포토]

사실 경찰은 일본강점기엔 독립투사 붙잡는 순사로 악명 높았고, 민주화 이전에는 ‘군사 독재 정권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및 은폐 사건도 경찰관들이 저지른 불법행위였다. 하지만 경찰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권한을 하나씩 회복해왔다. 지방자치제도 부활을 계기로 내무부(행안부 전신) 산하 치안본부는 1991년 7월 31일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됐다.
경찰 권한이 시·도 지사에게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내무부가 국가경찰 조직인 경찰청을 만들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 과정에서 경찰청장은 경찰의 인사·조직·정책(법률) 권한을 사실상 행사해왔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경찰청이 관할하는 법령은 집시법·도로교통법 등 모두 88개나 된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조직·예산 권한으로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체제보다 내무부에서 분리된 경찰청의 자율성이 훨씬 높은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의 힘을 뺀다는 이유로 검찰의 권한을 경찰로 대거 넘기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 586 세력이 집권했는데 오히려 악명 높은 경찰공화국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말이 나온 것은 아이러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문 정부와 경찰청은 경찰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며 지난해 1월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신설하고, 7월에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등 대응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경찰(경찰청)·국가수사본부(국수본)·자치경찰은 여전히 경찰청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받는 구조에 머물러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라는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

강원경찰직장협의회가 2020년 9월 자치경찰제 시행 철회를 촉구하며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강원경찰직장협의회가 2020년 9월 자치경찰제 시행 철회를 촉구하며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세진 권한을 분산한다며 국수본과 자치경찰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권한이 집중된 국가경찰의 일부여서 실질적 기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자치경찰위원은 “자치경찰제 시행 1년을 돌아보면 여전히 경찰청 중심의 일원화된 경찰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국가 경찰 권한을 시·도 지사에게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경찰위원회의 존재감도 유명무실하다. 1991년 경찰청 출범과 함께 설립된 경찰위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 운영의 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법에 근거해 행안부에 설치된 합의제 심의·의결 기구다. 7명으로 구성된 경찰위는 치안정책 심의·의결,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권,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권 등을 행사한다. 하지만 ‘행안부 소속 경찰청 자문기관’이라는 미약한 위상에서 보듯 중앙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과 달리 경찰위는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경찰개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국가경찰위를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옮기고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권한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박정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10기 국가경찰위원장이던 2021년 7월 퇴임을 앞두고 “경찰청에 대한 경찰위의 균형·견제 역할은 법조문에만 있을 뿐 사실상 통제·감독 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작심 발언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한 경찰관들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020년 3월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한 경찰관들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국회에 경찰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국가경찰위 기능 내실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이미 현실로 닥쳐온 비대한 경찰 권력을 견제하지 않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0일 윤 정부가 출범하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곧바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경찰에 대한 민주적 관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자문위는 지난 10일까지 네 차례 회의를 열었고, 조만간 구체적 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라 통제 장치에 구멍이 생긴 경찰 권력에 대해서 군인과 검찰의 경우처럼 ‘문민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접근을 봤다고 한다. 다수 위원들은 “사법부 소속 판사도 아닌 경찰의 독립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개정된 경찰법(‘신경찰법’) 규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권한이 강화된 경찰청에 대한 합리적 관리 및 조정에 나서고 ^경찰청의 집행 기능을 간섭하지 않으면서 정책 기능 일부를 행안부 장관이 행사하고 ^법에 정해진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보조할 직제(실·국 단위 조직)를 시행령으로 만들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인사추천위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문위원들은 경찰위에 인사 및 감찰권을 부여해 경찰청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했지만,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일단 장기 과제로 돌렸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경찰위는 최근 ‘경찰 민주성 강화 자문단’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민변 회장 출신인 김호철 현 국가경찰위원장은 문 정부 때 임명됐다. 윤 정부의 행안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자문단이 꾸려지면 경찰위 위상과 권한 강화 방안, 경찰권의 민주적·중립적 행사 방안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하지만 주도권을 행안부가 쥐고 있어 경찰위 자문단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한계도 있다.

김종민 변호사는 최근 출간한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에서 검찰개혁의 허구성을 심층 해부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최근 출간한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에서 검찰개혁의 허구성을 심층 해부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를 낸 김종민 변호사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경찰 인사·예산·정책을 연방 내무부가 담당하고 경찰은 치안 질서 유지 등 집행 업무만 수행한다”며 “기획재정부(세제실)가 법령과 정책을 관장하고 국세청은 집행만 담당하듯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과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것이 세계적 추세에 맞다”고 주장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민주국가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남용되기 쉽다. 검찰이 비판받았던 것처럼 지금의 경찰도 예외일 수 없다. 당리당략을 초월하는 문제다. 법과 시스템에 의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사각지대를 계속 방치한다면 언젠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메랑으로 날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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