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대통령실 실수, 복선인가…김건희 5일새 단독일정 4건

김건희 여사가 베일을 벗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는 이번 3박 5일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 없이 단독일정을 수차례 소화했다. 그간 국내에서 비공개 일정에 주력하며 외부 노출을 삼갔던 것과 대비된 모습이었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며 그간 한발 물러섰던 김 여사가, 이번 스페인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적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는 그간 대중이나 취재진 앞에 나서길 꺼렸다. 대선 기간 자신 및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엔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과하다. (대통령 부인은) 비서실 지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영부인’의 일정ㆍ수행ㆍ의전 등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이번 스페인 순방 초기에도 김 여사의 조용한 행보는 계속되는 듯했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당시 김 여사는 윤 대통령보다 한 걸음 뒤에서 걸었고, 기내에선 취재진을 만나 “한 말씀 하시지”란 윤 대통령의 권유에도 “감사합니다”는 말만 하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하지만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뒤엔 윤 대통령 없이 단독 일정만 4건을 소화하는 등 특유의 존재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을 찾았을 땐 제법 오랫동안 직원 격려 발언을 했다. 김 여사는 “여기 조그마한 문화원에서 모든 한국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이 얼마만큼 한국을 더 홍보하고 알리는데 자부심을 가지는지 제가 잘 느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화가 디에고 벨레스케스와 파블로 피카소,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등의 거장을 배출한 스페인에서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 상황을 거론하며 “여러분이 애국자”라고 격려했다.

다음날인 29일 산 일데폰소 궁과 인근 왕립 유리공장 등을 둘러보는 16개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선 미국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에게 “(우크라이나에) 부군과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가신 용기와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난민들의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답한 뒤 김 여사에게 “높은 자리에 가면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건 자기 자기 생각과 의지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라(Just be yourself)”고 조언했다.

같은 날 오후 김 여사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업체인 에콜프를 단독으로 방문해 “기후위기가 우리 코앞에 다가온 만큼 에콜프의 시각과 공감하는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인 30일엔 33년째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한국 식료품점을 운영해 온 교포 부부를 만나 “부모님과 같은 1세대 동포의 노력이 한국과 스페인의 끈끈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김 여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지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 배포, 관련 영상링크 등을 기자단에 공유하며 김 여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간 김 여사의 국내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비선 논란을 자초했던 것과 대비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앞두고 부속실에 김 여사를 지원하는 2~3명의 기존 행정관 외에 추가 인력을 배치했다고 한다. 부속실 내에 사실상의 ‘제2부속팀’이 생긴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순방 이후 김 여사가 본격적인 ‘퍼스트레이디’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순방 기간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의 주스페인 문화원 방문을 “첫 영부인 방문”이라고 표현했다가 바로 “대통령 부인으로는 첫 방문”이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실수가 아닌 복선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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